제목 공사대금 관련 소송 중 해산한 조합 청산인의 손해배상책임
조회수 548 등록일 2023-07-31
내용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1. 사실관계

원고는 토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H 단지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소외 조합'이라 한다)으로부터 주택재건축사업의 정비기반시설공사를 수급하여 2017. 11.경까지 그 공사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18. 7.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소외 조합을 상대로 소외 조합과의 도급계약에 따른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용역대금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 상당액에 관하여 판결에 기한 채권을 확보하였다.

이후 소외조합은 2019. 5.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을 해산하고, 소외 조합의 계좌에 남아있던 예금 약 22억원에서 세금 및 청산법인 운영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약 21억 원을 종전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분배하며, 청산인을 선임하고 청산 운영규정(안) 및 청산예산(안)을 승인하는 결의를 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주위적으로 소외 조합의 조합원들은 이 사건 결의 당시 원고와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사실을 잘 알면서 소외 조합의 잔여재산을 조합원들의 권리가액의 비율에 따라 분배하기로 정하였는데, 민법 제711조에서‘조합의 당사자가 손익분배의 비율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각 조합원의 출자가액에 비례하여 이를 정하고, 이익 또는 손실에 대하여 분배의 비율을 정한 때에는 그 비율은 이익과 손실에 공통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결의에는 관련 소송의 패소에 따른 손실도 같은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결의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조합채무가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 상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들은 소외 조합의 조합원 지위에서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연대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원고는 예비적으로 소외 조합의 조합원이자 청산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들은 적어도 원고와의 관련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소외 조합의 잔여재산 중 관련 소송 청구금액 상당액에 대하여는 조합원들에 대한 분배를 유예하고 추후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 이를 처리하였어야 하며, 특히 소외 조합의 청산인인 피고들은 청산인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는 채권신고가 없더라도 청산에서 제외하지 못하는데도(민법 제89조 후문) 그 직무를 위반하여 결국 관련 소송에 따른 원고의 채권 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는 바,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결의 전인 2018. 10.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장 또는 임직원에서 해임되었고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진 후에 청산인으로 선임되었을 뿐, 이 사건 결의 중 잔여재산 분배 안건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결의 및 이에 따른 잔여재산 분배를 피고들의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

 

3. 판단의 요지

가. 원심의 판단(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24. 선고 2021가합567759 판결)

원고의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 민법 제711조는 민법상 조합에 관한 규정으로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소외 조합에 적용할 수 없으며, 소외 조합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법인에 해당하므로 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결의에 소송의 패소에 따른 손실도 같은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내용이 없으므로 이유 없다.

소외 조합의 해산 및 청산절차의 의결이 피고들의 해산등기 접수일에 앞서므로, 피고들이 이 소외 조합의 청산인으로서 업무를 개시할 무렵에는 이미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조합원들에 대한 잔여재산 분배가 마쳐진 상태였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들에게 그에 관한 청산인으로서의 직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바, 이유 없다.

 

나. 항소심의 판단(1심 판결 취소)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 등 참조). 소외 조합이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한 행위는 그러한 재산 분배가 원고의 채권을 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재산을 현저하게 감소시킴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곤란하게 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피고들 역시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소외 조합이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할 수 없게 돼 원고의 채권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결의에 참여하고 잔여재산을 분배받음으로써 소외 조합의 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들의 행위는 소외 조합과 함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봄이 타당하다.

소외 조합의 청산 운영규정에 의하면 관련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될 경우 그 인용액을 소송비 및 예비비를 통해 지급해야 하는데(제6조 제4항), 이 사건 결의에서 승인한 청산법인 예산(안) 중 예비비 항목은 연간 약 2,800만 원으로 관련 소송의 청구금액인 약 3억 6,000만 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이고, 달리 위 예산(안) 중에 관련 소송 청구금액에 상응하는 항목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소외 조합 및 조합원들로서는 이 사건 결의 당시 청산법인 예산(안)만으로는 원고에게 관련 소송 인용액을 지급하기에 부족하며, 분배의 대상이 된 이 사건 잔여재산만이 이 사건 채권의 만족에 필요한 유일한 재원이라는 것, 즉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소외 조합의 이 사건 채권 변제가 현저히 곤란해진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항소심은 피고들이 각 원고의 소외 조합에 대한 용역대금 중 피고들의 각 종전권리가액 비율에 의한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소외 조합의 2018년도 결산 결과에 따르면 소외 조합의 부채(이 사건 채권 미포함)는 약 9,297만 원 정도였고, 2019. 5. 9. 총회 당시 해산결산에 따른 소외 조합의 잔여재산은 청산법인 운영에 필요한 비용 등을 제외하더라도 약 21억 원 상당이었다. 위와 같은 소외 조합의 당시 재산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소외 조합은 원고에 대한 채무 외에는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채권 상당의 금원을 소외 조합에 유보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잔여재산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하여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하지 못한 부분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데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소외 조합은 이 사건 결의 당시 원고에 대한 채무 외에는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하기에 충분한 잔여재산을 가지고 있었는바, 이 사건 잔여재산의 분배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소외 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원고의 소외 조합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 전액‘에 대하여 피고별 지분비율로 계산한 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다만 피고들은 각 종전권리가액 비율에 따른 채무만을 부담하게 되어 각 피고마다 전체 공사대금 중 약 0.22% 가량이 인정될 뿐이어서 그 금액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조합 임원이 당해 조합의 해산 이후 청산인으로서 청산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채권자와의 사이에 계속 중인 소송에 의한 채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청산인들은 조합원들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하기로 의결할 경우 조합이 조합 채권자에게 지급할 채권의 액수와 지급시기 등을 파악하고 채권 변제가 곤란해지지 않도록 청산법인의 예산 편성을 해야 할 것이다.

문의) 02-537-3322

출처[http://www.r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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