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자동심장충격기를 아십니까 수요광장
조회수 679 등록일 2017-08-23
내용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최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웃주민을 심폐소생술로 살려 냈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파트 근처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다 사고를 당한 동호회 회원에게 관리사무소 직원 2명이 달려와 인공호흡과 심장 압박 등을 시행했고, 아파트 단지에 배치돼 있던 자동심장충격기로 응급조치를 취함으로써 119 소방대원이 출동할 때까지의 위험한 상황을 무사히 넘긴 것이다. 그 중 한 직원은 아파트 소방안전관리자로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주기적으로 교육받았고 이것이 인명을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옆 공간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누구나 필요한 경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2012년 8월 이후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 등에 자동심장충격기 설치가 의무화됐고, 이를 설치 또는 양도·폐기·이전할 때 시장 등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14년 12월 기준으로 의무설치기관 1만2,139곳 중 실제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된 곳은 7,739곳으로 62%에 그쳤고, 특히 공동주택 설치율은 36.3%에 불과했다고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그 설치와 관리를 엄격히 할 목적으로 자동심장충격기 등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신고 또는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관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연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급성심장정지가 3분 이상 지속되면 뇌가 지속적인 손상을 받게 되며, 5분 이상 산소공급이 중단되면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어 심폐소생술을 ‘4분의 기적’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급성심장정지 발생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2012년 기준 45.6명), 목격자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0% 미만으로 일본 27%, 미국 30%, 스웨덴 55%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급성심장정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전체 발생건수의 57.4%를 차지하는 가정이다. 공동주택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서울 노원구, 충남 천안시 등 지자체뿐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소방재난본부 등 공공기관에서도 자동심장충격기의 설치와 사용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4월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 직원이 급성심장정지로 쓰러진 60대 남성의 목숨을 구한 것도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기증한 자동심장충격기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며칠 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에서는 관내 의무설치단지 중 무려 300여 단지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미설치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경기도회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단체구매를 진행 중에 있다. 언제든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성심장정지에 대비해 모든 입주자들이 심폐소생술이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재나 태풍 등 자연재해뿐 아니라 급성심장정지와 같은 사고로부터 입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도 관리사무소의 역할이 돼 가고 있다. 의무설치단지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는지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된 대주관의 노력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
참고로 AED, 제세동기, 자동제세동기 등 듣기만 해서는 무슨 기능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던 여러 용어가 한글문화연대와 국회의 노력으로 ‘자동심장충격기’로 통일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에 반영됐다. 자동심장충격기라는 용어와 사용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내 가족뿐 아니라 내 이웃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고, 아파트를 이웃 공동체로 이끌어 나가는 길임을 명심하자. 

 

오민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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