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파트 나무 잔가지에 담뱃불 붙어 상가 화재…누가 배상? [김미란의 판례평석]
조회수 673 등록일 2023-07-18
내용

| 사건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가. A는 본건 아파트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내 정원수를 가지치기한 후 잔가지를 위 상가 인근 화단에 쌓아 보관했는데 위 잔가지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져 위 상가의 미용실 내부가 소훼됐다(이하 ‘본건 화재’). 이는 B가 버린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였고, B는 실화죄로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다.

나. A는 B와 본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위 화재로 인해 생긴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B가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의 원인이 됐고,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위 현장 인근에 흡연을 위한 재떨이를 비치한 한편 그 부근에 타기 쉬운 잔가지더미를 적재해 화단 또는 잔가지더미의 보존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가. B의 손해배상책임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 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해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확정된 형사재판이 약식명령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 법원의 판단

B는 화재의 원인이 자신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나 실화죄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점, 관할 소방서가 흡연 후 버린 담배꽁초 또는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한 점, 인근 주차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B가 본건 화재 발생 약 18분 전 발화지점 인근에서 흡연하는 장면이 확인되고 그 외에 다른 사람이 흡연하는 등 화재의 원인이 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위 확정된 실화죄의 약식명령이 인정한 사실인정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B는 본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책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사고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만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사고의 공동 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상 사고로 인한 손해는 공작물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화재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거나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화재가 확산돼 손해가 발생했다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는 화재사고의 공동원인의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사안에서 입대의는 화재사고 인근 화단을 점유·관리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흡연자들을 위한 깡통 재질의 재떨이를 비치한 점, 재떨이 부근에 연소되기 쉬운 마른 잔가지를 1.5m 가량 높이로 쌓아 적재한 점, 본건 화재의 발화지점은 위 잔가지 더미로 추정되고 이 더미로부터 급격한 연소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 발생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잔가지를 다수가 흡연하는 화단 인근에 적재한 보존상의 하자가 있었고, 이 하자가 본건 화재의 공동 원인의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대의 역시 공작물 관리자로서 공작물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므로 본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본건 화재로 화재복구공사비용과 휴업손해, 미용기구 교체비용과 부업자제 전소비용 합계 5389만819원의 손해가 인정된다. 다만 위 손해는 연소로 인한 부분의 손해이므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따라 B와 입대의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 대상과 정도, 연소 및 피해 확대의 원인 등을 고려할 때 80%로 책임이 제한된다.
 

| 평석

아파트는 여러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보니 안전사고의 위험도 더욱 크다. 그러니 아무리 조심해도 과할 것이 없다. 여름철 태풍이나 겨울철 빙판 사고처럼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사고, 실화나 방화에서 비롯된 화재에도 입대의나 관리주체의 관리소홀이 늘 문제 된다. 

물론 사고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인데, 재떨이까지 비치된 공간에 마른 잔가지를 잔뜩 쌓아놓았다면 어찌 입대의에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공작물 책임의 경우 직접 점유자가 있다면 간접 점유자에 불과한 입주자대표회의는 면책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부분이 쟁점이 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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