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미란 칼럼] 당선무효, 함부로 할 일 아니다
조회수 558 등록일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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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A는 동별 대표자 선거(이하 ‘본건 선거’)에 출마했는데 개표 결과 100세대 중 58명이 투표했고 30표를 득표해 최다득표자였다. 그런데 본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A에게 선거에 관한 이의신청이 접수됐으니 소명하라며 나머지 당선자들에 대해서만 당선공고를 했다. 선관위는 A의 소명자료를 받은 후 열린 회의에서 당선무효를 의결하고 공고했다. 본건 아파트 선거관리 규정 제24조 제6호 위반(선관위의 선거사무를 방해), 제9호 위반(그 밖에 선관위가 정하는 선거운동의 금지행위), 제32조에 근거한 선관위의 방문 투표 업무 및 입주자 등의 투표 방해가 당선무효 사유였다. A는 당선 무효결의 무효, 본인들이 동별 대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라는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

이 아파트 선거관리규정 제24조 제6호는 선거운동 시 금지해야 할 행위로 ‘선거 관련 장비 또는 시설물, 서류, 인장 등을 훼손하거나 선관위의 중지, 시정 명령에 불응한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A가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투표 기표에 관해 항의한 바 있으나 이는 위 규정이 정하고 있는 금지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A가 방문하면서 소란이 일어 선관위원들이 방문투표를 진행하지 못해 업무를 방해받았고 입주자들의 투표도 방해받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A의 행위가 선관위원들의 방문 투표 업무를 중단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거나 이로 인해 실제로 방문 투표 업무가 중단됐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했다. 특히 위 선거관리규정 제24조 제9호 위반도 당선무효 사유로 거론됐는데 그 내용은 ‘그 밖에 공동주택 선관위가 정하는 행위’여서 9호 위반이 성립하려면 그 전제로서 선관위가 본건 선거를 앞두고 제한하거나 금지되는 선거운동을 별도로 정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었다. 선관위가 A의 위반행위로 제시하는 것이 선거운동 기간 중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는 제24조 각호가 규정한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위 선거관리규정 제64조 제4항은 당선무효 조치는 위반행위가 선거의 공정을 현저하게 해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 한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선관위가 문제 행위로 제시한 것은 A가 선거 당일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투표 기표에 관해 항의하거나 선거운동 기간 중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로 인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 법원은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은 당선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이뤄진 것이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 무효고, 당선무효 결의가 무효인 이상 해당 동에서 최다 득표한 A가 해당 동의 동별 대표자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어떤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무효이니 쉽사리 인정했다가는 오히려 사회 질서가 문란해진다. 선관위가 당선 사실을 쉽게 뒤집을 수 있다면 선거기간 내내 선관위의 눈치만 보게 될 테니 그것이야말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해치게 되지 않겠는가? 당선무효 사유는 그 어떤 사유보다 분명하고 명백해야 하며 엄격하게 인정될 수밖에 없다. 당선 사실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결정인 만큼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하게 침해된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고작 선거 당일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투표 기표에 관해 항의하거나 선거운동 기간 중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는 정도고 선관위가 선거에 앞서 제한하거나 금지되는 선거운동을 별도로 정한 바도 없었는데 당선무효라니. 선관위의 무모함이 당선자의 억울함을 낳고, 불필요한 법적 쟁송까지 이어지게 됐으니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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