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공사시방서와 다른 변압기 납품 시도…“업체는 계약금 6000만 원 반환하라”
조회수 637 등록일 2023-06-09
내용

   [김미란의 판례평석]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 사건의 경위

가. 본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전기설비 관련 전기 공사를 시행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했고, 최저가 낙찰로 낙찰받은 B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이하 ‘본건 공사 도급 계약’이라 약칭). 

나. 본건 공사 도급 계약에 첨부된 시방서에 따르면 변압기는 E, 절연유는 합성유 또는 친환경 식물성유 등 구체적인 사양이 적시돼 있었고,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위 계약에 따라 계약금 6000만 원을 B사에 지급했다.

다. B사가 정격용량 400㎸A에 불과하고 G계열사가 아닌 주식회사 F에서 생산한 변압기를 현장에 납품하려 하자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계약의 주요 내용을 위반한다며 제대로 이행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B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본건 공사 도급 계약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서 지급된 계약금의 반환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라. 법원은 B사의 채무불이행을 인정해 본건 아파트 입대의의 손을 들어 줬다.

  ✔ 법원의 판단

가. 변압기 사양 및 제조사에 관한 부분이 본건 공사 도급 계약의 주요 내용인지 여부 

본건 공사도급계약의 시방서에는 ‘공사내용 및 범위’ 표 부분과 ‘1. 4. 관련 기준’ 부분에 본건 공사 도급계약에서 변압기 사양 및 제조사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본건 공사의 입찰공고에서도 주된 입찰 내용으로 ‘기존 변압기 400㎸A 3대를 600㎸A 3대(K.S.)로 증설 교체’하고 명시한 점, B사는 위와 같은 내용의 입찰공고 내용을 설명한 현장설명에 참여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본건 공사도급계약에 첨부된 시방서에 나타난 변압기 사양 및 제조사에 관한 사항은 본건 공사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이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채무불이행 여부

시방서에 나타난 변압기 사양 및 제조사에 관한 사항, 즉 ‘자가용 변압기 단상3선식, 22.9㎸/600㎸A 대형 3대, 최상급(G) 변압기’라는 사항은 본건 공사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이 됐다고 할 것이므로 B사는 적어도 그에 준하는 사양을 갖추고 최상급 제조사로 분류되는 제조사에서 생산된 변압기를 납품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B사가 본건 아파트 입대의에 납품하려 했던 변압기는 정격용량 400㎸A로 표시돼 있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G계열사가 아닌 주식회사 F에서 생산한 변압기였다. 그렇다면 B사가 본건 아파트 입대의에 본건 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제공했다고 할 수 없고 이는 B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B사는 자신이 납품하려했던 변압기는 정격용량 400㎸A로 표시돼 있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600㎸A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고 공사 현장 사정상 변압기 전기 용량을 600㎸A로 바꾸기 위해는 수억 원대의 공사가 필수적인데 그런 공사를 의뢰한 것은 아니었던 바, 이러한 당시 상황이나 현장 사정에 비춰 볼 때 B사가 납품하려던 변압기를 그대로 납품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 상황에서 변압기 증설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고, B사가 이런 사정을 현장 소장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합의를 거쳐 400㎸A로 표시된 변압기를 납품·설치하려던 것이므로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

본건 공사 도급계약은 B사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해제됐는 바, 원상회복으로서 B사는 본건 아파트 입대의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평 석

계약이 체결되면 양 당사자는 서로 합의한 바에 따라 주고 받아야 할 것이 생기는데 주게 되는 부분은 채무, 받아야 할 부분은 채권으로 생각하면 쉽다.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면서 도급인인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겨 이를 지급했다. 수급인인 B사는 계약의 내용에 따른 적합한 사양의 변압기를 납품하고 시공할 의무가 생겼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채무불이행이다. 채무불이행은 계약의 해제사유로서(민법 제544조), 해제 시 원상회복의무(동법 제548조) 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 시 이를 배상할 책임도 생긴다(동법 제390조). 납품해야 할 변압기의 사양 및 제조사와 다른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고, 채권자인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이다. 채무자인 B사는 원상회복의무에 따라 이미 지급된 계약금을 반환해야 함은 물론 본건 아파트에 손해가 생겼다면 이를 배상해야 한다. 계약의 기본 법리를 따른 당연한 판단이다.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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