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해임총회를 알릴 목적’이 개인정보보호법의 ‘부정한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
조회수 594 등록일 2023-06-08
내용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C구역 조합원이고 2019. 8. 19.부터 8. 27.까지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 82명으로부터 피고인을 대표자로 하는 내용의 임원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를 받았다.

조합원인 공소외 1은 2018. 5. 24.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2018. 2. 1. 개최된 주민총회의 적정성 검토’를 목적으로 토지등소유자 명부 등을 제공받아 그 자료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이름, 주소가 포함된 718명의 조합원 명단을 작성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피고인 A는 조합원들에게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통지하기 위하여 2019. 8. 말경부터 2019. 9. 초순경 사이에 공소외 1로부터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았다.

피고인은 그 조합원 명단을 이용하여 2019. 9. 4. 조합원들에게 조합장 권한 대행으로서 ‘조합장의 제1심 형사재판 결과’와 ‘임원 해임 관련 임시총회를 2019. 10. 4. 개최하고 그 소집을 통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보냈고, 2019. 9. 6.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019. 10. 4. 임원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진행하려 하였으나 임원들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의 반대로 진행하지 못하였다)

 

2.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 판결

피고인은 서울 동대문구 일대의 C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의 조합원인 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되며,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아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 8.경 해임총회 임시사무실에서, 공소외 1이 2018. 5. 24.경 위 조합으로부터 ‘2018. 2. 1. 개최된 주민총회의 적정성 검토’를 목적으로 제공받은 토지등소유자 명부 등을 바탕으로 작성하여 보관 중인 별지 목록 기재 ‘조합원 명단’을, 위 조합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장 등 조합 임원 9명에 대한 해임안건이 담긴 해임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위 공소외 1로부터 제공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

제1심은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환송전원심 또한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는 ‘제18조 제1항․제2항(제39조의14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9조, 제26조 제5항 또는 제27조 제3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개인정보 보호법」제71조 제2호 위반죄는 정보제공자가 법령 위반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정에 대한 인식 외에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다. 여기서 ‘부정한 목적’이란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실현하려는 의도가 사회통념상 부정한 것으로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실현하려는 목적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고 당해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격, 개인정보가 수집된 원래의 목적과 취지, 개인정보를 제공받게 된 경위와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은 정비사업의 투명성․ 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참조). 이에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토지등소유자 명부, 조합원 명부에 대하여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하고(제124조 제4항), 열람․복사를 요청한 사람은 제공받은 서류와 자료를 사용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활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24조 제6항).

한편 총회는 조합장이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조합원 5분의 1 이상 또는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요구로 조합장이 소집하는 것이 원칙이고(제44조 제2항), 조합임원 해임을 목적으로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총회를 소집할 경우 요구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조합장 권한을 대행하여 해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제43조 제4항). 총회를 소집하려는 자는 총회가 개최되기 7일 전까지 회의 목적․안건․일시 및 장소를 정하여 조합원에게 통지하여야 하므로(제44조 제4항), 해임 총회의 요구자 대표로 선출된 자는 조합장 권한 대행으로서 해임 총회가 개최되기 7일 전까지 회의 목적․안건․일시 및 장소를 정하여 조합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이상의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해임 총회의 요구자 대표로서 조합장 권한을 대행하여 해임 총회를 소집하기 위하여 개인정보인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개인정보인 조합원 명단의 내용과 성격, 조합원들이 이 사건 조합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원래의 목적,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게 된 경위와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이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이 ‘부정한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의 ‘부정한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개인정보 보호법」 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하였다.

이에 환송 후 판결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공소외 1로부터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은 것을 들어 사회통념상 부정한 목적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에서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4. 결론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 위반죄는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범죄의 성립요건으로 한다. 피고인이 해당 목적을 가졌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인 조합원 명단의 내용과 성격, 조합원들이 이 사건 조합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원래의 목적, 피고인이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게 된 경위와 방법 등의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 여부에 대한 판단 요소로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게 된 경위를 주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이 도시정비법에 따라 해임 총회의 요구자 대표로서 조합장 권한을 대행하여 해임 총회를 소집하기 위하여 개인정보인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은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이 의도한 ‘해임총회 개최를 알릴 목적’을 부정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의) 02-537-3322

출처[http://www.r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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