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화재 경보 시 소방설비 먼저 끄고 대처” 지시한 소장 벌금형 [김미란의 판례평석]
조회수 666 등록일 2023-05-08
내용

 | 사건의 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가. A는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특정소방대상물인 위 아파트의 관계인에 해당한다.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소방시설을 유지·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차단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나. 본건 아파트는 노후한 상태로 화재경보 오작동이 빈번해 입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다. 이에 A는 화재 경보시 R형 수신기의 지구경종(음향)·사이렌·비상방송 작동정지 버튼을 순차적으로 누른 다음 현장 확인 후 실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작동정지를 모두 해제하고 119에 신고하는 등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수립했다. A는 화재경보시 통합초소 근무자로 하여금 위 매뉴얼대로 소방시설을 차단하도록 지시하고, 배관 노후화로 인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위 아파트의 소방안전관리자인 B로 하여금 그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 동안 P형 수신기의 스프링클러 예비펌프 연동을 정지하도록 지시했다.

다. B는 2022. 2. 4. 18:00경 위 아파트의 P형 수신기의 스프링클러 예비펌프의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르고, 위 아파트 경비원인 C는 2022. 2. 6. 12:52경 위 아파트 통합 초소에서 위 아파트 F호의 화재로 화재경보가 울리자 매뉴얼에 따라 지구경종(음향)·사이렌·비상방송 순으로 정지 버튼을 눌러 위 각 일시경부터 같은 날 14:58까지 위 소방시설의 작동을 차단했다. A는 B와 C로 하여금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단 등의 행위를 하도록 하였다면서 구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됐다.
 

|  법원의 판단

가. 유죄 인정

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는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등’이라는 제하로 제3항에서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제1항에 따라 소방시설을 유지·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잠금을 포함한다)·차단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는 특정소방대상물인 본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으로서 관계인에 해당하고 화재 경보시 R형 수신기의 지구경종(음향)·사이렌·비상방송 작동 정지, 현장 확인 후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작동정지를 모두 해제 및 119 신고 등으로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에 따르도록 지시했다. 이는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단 행위에 해당한다. 동법 제48조 제1항에 따르면 동법 제9조 제3항 본문을 위반해 소방시설에 폐쇄·차단 등의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실제 차단 행위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으로 볼 수 없는 B와 C가 저질렀으나 형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처벌되지 않는 자 등을 교사 또는 방조해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해 처벌되므로 A는 동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나. 양형

A가 작성한 매뉴얼에 따르면 실제 화재일 경우 근무자가 수동으로 119신고 및 차단조치 해제 등 조치를 하도록 돼 있어 소요 시간이 필요하고 근무자의 실수 등으로 차단조치 해제가 이뤄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화재 경보가 오작동이라고는 하나 많은 세대(1920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다만, 다수의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노후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화재경보 오작동이 거의 매일 발생할 정도로 자주 발생해 입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민원도 다수 제기되자 오작동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제 화재시 경비원 등이 제때 대처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수립한 점, 배관 노후화로 인한 파손 방지를 위해 스프링클러 예비펌프 연동을 주말에 정지시킨 것은 범행 경위와 연유, 관리사무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위법성의 인식이 확고했다고 보기 어렵다. 법 위반 결과만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나름 애를 쓴 관리사무소 측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문제가 된 화재 당시 매뉴얼대로 근무자가 지체 없이 화재 발생 호실 복도를 방문해 실제 화재를 확인하고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소화 활동을 했고 119신고도 제때 이뤄졌으며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조기에 진압됐다. 이에 A를 벌금 500만원, 소속 관리회사는 양벌 규정에 따라 벌금 400만 원에 처한다.
 

|  평 석 

범죄는 파렴치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령에서 의무를 부과하고, 어길 경우 벌칙 규정을 통해 형사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면 이 역시 엄연한 범죄가 된다. 공동주택을 비롯한 집합건물은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니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고 엄격한 관리와 규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관리주체로서 적법한 대처 방안을 떠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리주체로서 준수해야 할 여러 법령의 내용과 부과된 의무, 위반 시 제재의 내용 등을 숙지해 열심히 일하고도 범죄자가 되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출처[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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