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 현대미술과 사기죄
조회수 858 등록일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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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장소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몇 달 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천원짜리 변호사 라는 제목의 드라마 예고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유쾌한 드라마 분위기에 맞게 드라마 제목의 글씨체도 화려한 데다, 어감 또한 강렬하니 기억에 강하게 각인되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천원짜리 변호사'라니 왠지 모를 반감이 들어 괜한 반항심에 일부러 드라마 보는 것을 피하다가 해당 드라마의 인기가 오르고 남편도 시청을 시작하니 결국 저도 자연스레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전반부는 천지훈 변호사와 그의 사무실에서 수습으로 일하게 된 백마리 변호사가 사 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에피소드는 두 변 호사가 살인을 자백한 피의자 김민재의 변호를 맡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화가인 아버지와 갤러리 관장인 양어머니를 살해한 희대의 살인 혐의를 받는 김민재는 수사 초반에는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도망간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되자 결국 자신이 부모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하는데요.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지만 진실은 한 점의 그림을 통해 밝혀집니다. 사실 김민재는 오래전부터 아버지인 김춘길 화백의 그림을 대신 그리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몇 년 전 김화백은 그런 거짓된 삶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갤러리 관장인 양어머니는 고가에 팔리는 김화백의 그림을 포기할 수 없어 김민재에게 계속 그림을 그리도록 강요하고 대외적으로는 김화백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밉니다 이를 바 로잡고 싶어하던 김민재의 누나 김수연이 김화백의 것으로 둔갑한 민재의 그림을 칼로 찢는 과정에서 양어머니를 실수로 찌르게 되고 이를 목격한 김민재는 누나의 죄를 덮고자 자신이 살인자임을 자처하게 된 것입니다. 김민재는 혹시나 누나의 혈흔이 남아있을지 모를 문제의 찢어진 그림을 버리고 새 그림을 그려 사건 현장에 두는데 이 그림이 실마리가 되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처럼 드라마 속 김화백은 아들의 그림을 이용해 유명세를 얻은 데 가책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아들의 그림을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드라마 속 김화백의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할까요?

국내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수 조영남씨가 무명 화가를 고용하여 미술작품을 대리 제작하게 한 뒤 해당 작품을 고가에 판매한 행위를 검찰이 사기죄로 기소한 사건입니다. 검찰은 조씨가 직접 그림을 그린 것처럼 구매자들을 기망하여 판매대금을 편취하는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조씨는 조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하 며 맞섰는데요.

이에 대해 1심은 문제의 작품을 조씨의 창작품으로 보지 않았고 대작 여부를 알리지 않은 것, 이것이 구매자들을 기망한 것이라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문제의 작품도 조씨의 창작품이라고 보았고 또한 친작 여부가 구매자에게 반드시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검찰과 조씨는 대법원 공개변론을 통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공방했는데 대법원은 결국 2심의 판단에 따라 조씨의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직접 만든 변기가 아니라고 해서, 직접 텔레비전을 옮기지 않았다고 해서 마르쉘 뒤샹이나 백남준 작가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무엇이 예술인지 어디까지가 창작인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할 수 없는 현대미술에 법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면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드라마 속 김화백을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장소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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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3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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