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현수막 철거, 정당행위 인정 조건 두루 고려해야
조회수 717 등록일 2022-10-31
내용

   이지원 변호사의 아파트 법률 Q&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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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산하 이지원 변호사

 

[질문]

아파트 단지에 걸린 부적절한 현수막을 떼어냈다면 손괴죄에 해당하는지.

[답변]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만큼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대립하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관리소장 등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일도 허다하다.

이때 현수막의 내용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 우선 공개적으로 비방을 받은 당사자로서는 해당 현수막을 당연히 떼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사실상 현수막이 이를 부착한 이의 소유에 속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떼어내는 경우 현수막의 효용을 해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판례는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이 ‘주민들 피해 주는 소장 물러나라’라고 기재된 현수막 2개를 가위로 절단한 사안에서, ①공동주택관리법 및 그 하위 법령 어디에도 위와 같이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표지물이나 게시물에 관해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스스로 이를 철거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②이 사건 현수막의 내용이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서 피고인의 명예에 중대하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침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관리사무소장에게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방이 담긴 현수막을 반드시 민사소송을 통해 집행권원을 얻은 뒤 철거하도록 하는 것은 비방의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에 또 다른 판례는 형법 제20조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들어, ‘관리사무소장에게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으나 현수막을 철거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관리사무소장이 현수막을 철거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다’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법원은 현수막의 손괴에 이른 동기와 과정, 손괴의 구체적인 태양 및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건조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 등 행위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재물손괴죄 성부를 판단하고 있는바, 공동주택 또는 집합건물 내부에 부적절한 현수막이 부착돼 이를 반드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와 같이 정당행위가 인정되는 조건을 두루 고려함이 추후 발생할 분쟁을 예방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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