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과 빚의 대물림
조회수 949 등록일 2022-10-12
내용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하수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하수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1860년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속 작은 아씨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까르르 웃습니다. 정서적 유대감으로 풍요롭지 않은 상황을 이겨내죠. 2022년 tvn 드라마 속 작은 아씨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더 처절하게 분투합니다. 드라마는 인주의 직장 선배 화영언니와 신이사가 횡령한 것으로 보이는 700억 원의 향방을 따라 전개됩니다.

돈 세는 것을 좋아해서 경리로 취직한 인주는 따뜻한 아파트에서 생활비 걱정 없이 살고 싶어서, 동생 인혜가 미술공부를 하게 해주고 싶어서 위 700억 원을 찾는 위험한 게임에 목숨을 걸고 뛰어듭니다.

“아빠 5년 전에 다단계 4,000만 원, 도박빚 2,500만 원, 한증막 투자사기 당한 것 3,800만 원, 주식으로 7,000만 원 하신 것, 나랑 인경이 4년째 갚고 있어. 거기다 이 집 월세 80만 원, 생활비 200만 원, 숨만 쉬고 앉아 있어도 빚이 계속 쌓이는데, 지금 다리 다쳤다고 필리핀 갈 돈이 있겠어요?” 아뿔싸. 인주, 인경이는 아버지가 진 빚을 대신 갚느라 저축을 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러나 자녀는 부모가 진 빚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피상속인이 돌아가시면 상속이 개시되고,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하여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하여 빚도 상속받게 되지만(민법 제1005조),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가정법원에 상속 포기신고를 하면(민법 제1041조)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고(민법 1042조),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또는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한 것으로 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민법 제1019조)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여 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하면(민법 1030조)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028조).

아버지가 필리핀에 살아계신 경우라면 인주, 인경은 더더욱 빚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채권계약의 당사자는 아버지이지 자녀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자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연대보증인이 되어있는 경우는 어떨까요. 보증인이 되려면 채권자와 보증인이 당사자로서 보증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보증인의 보증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합니다(민법 제428조의2 제1항). 위 서면에 전자문서는 포함되지 않는바, 전자서명, 인터넷 등에 의한 보증은 무효이고, 구두보증이나 보증을 하겠다는 의사를 녹음한 것도 효력이 없습니다.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고, 법정대리인은 미성년자를 대리하여 재산상 법률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민법 제920조)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하려면 친권자가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921조 제1항).

대법원은 ‘이해상반행위란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친권자와 그 자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이며, 친권자의 의도나 그 행위의 결과 실제로 이해의 대립이 생겼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2. 1. 11.선고 2001다6596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친권자인 피고C가 미성년자 피고E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두고 ‘피고C는 미성년자인 피고E의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으로서 피고C가 채무자인 대여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바, 채권자가 그 연대보증책임의 추구에 따라 피고E로부터 변제를 받는 한도에 있어 주채무자인 피고C의 책임이 경감되고, 이로써 피고E는 피고C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위 연대보증행위는 피고E와 피고C 사이에 외형상 이해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31.선고 2019나12830판결].

즉, 살아계시든 돌아가셨든 자녀가 갑자기 자신도 모르던 부모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경우는 없는 것입니다.

자기책임의 원칙이란 법적 의무를 따질 때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행복에서도 참 중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인주가 위 700억 원을 찾는 게임에 휘말리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찾을 수는 없었는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은 만큼, 누구나 공감하고 납득할만한 결말을 기대하며, 인주, 인경, 인혜를 응원하겠습니다.

하수진 변호사 webmaster@ltn.kr

출처[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3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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