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미란 칼럼] 기전 주임의 휴게시간
조회수 758 등록일 2022-09-14
내용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아파트는 입주민들에게는 주거 환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업무 공간이다. 아파트가 일터인 사람들이 있으니 노동 관련 분쟁 역시 피하기 어렵다. 휴게시간 미준수, 부당 간섭, 부당해고 등 분쟁의 양태는 다종다양하다.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 환경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쾌적한 일터여야 한다는 점은 다툼 없는 명제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노동 관련 분쟁이 생겼을 때의 옳고 그름이야 제반 사정과 사실관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면서 추가 임금을 청구했으나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 A는 아파트 전기 및 설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전 주임이다. 위탁관리방식을 채택하고 있던 터라 A는 위탁관리업체와 촉탁근로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은 점심 및 저녁 식사 시간, 새벽 시간에 배정돼 있었다. 휴게시간 중 비상사태로 인해 쉬지 못하면 다음 근로 시간에 미사용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 휴게시간 미사용으로 인한 임금 청구는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A는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면서 추가 임금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휴게시간에도 근무실에 상주하며 입주민의 민원 처리를 위해 항시 대기했고, 독립적인 휴게 장소도 마련되지 않았으니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은 근로 시간 도중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관건은 휴게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는지,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있었는지 여부라 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 단체협약의 규정,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방식 등을 따져봐야 한다.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이 있는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가 구비돼 있는지,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있다면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소송은 기전 주임 A의 패소로 끝이 났다. 법원은 어떤 연유로 A의 청구를 기각한 것일까?


A의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은 식사 시간과 입주민의 민원 등이 드문 새벽 시간에 맞춰 지정했고, 휴게시간 근로라고 기재한 내역은 한 달에 2, 3회 정도였다. 민원의 내용 역시 일회적이고 돌발적인 것들이어서 사용자의 개별적·구체적 업무지시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 A의 자술서에도 평소 업무가 공동시설 단지 내 시설유지보수 및 점검 등이어서 한가하고, 전기설비 수리 등 돌발적인 사고 발생에 대비해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업무였다고 적혀 있었다. 근무시간 중 타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실근로시간이 대기시간의 반 정도 이하로 8시간 이내이며 대기시간에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수면 또는 휴게 시설이 확보돼 있다고 돼 있었다.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 중 비상사태로 쉬지 못하면 다음 근로시간에서 미사용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 휴게시간 미사용으로 인한 임금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근로시간의 일부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휴게 장소도 확보돼 있었고, 휴게시간에 사용자가 A를 간섭하거나 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휴식을 방해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나누는 척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지, 즉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식이 보장됐는지 여부다. 휴게 장소 구비 여부, 실질적으로 휴식을 방해하는 사정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잦은지 등을 살펴 가리게 된다. 기전 주임은 대기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단속적 근로자며 휴게시간 중 입주민의 민원이 잦은 것도 아니었다면 함부로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전환해 추가 임금을 지급할 일은 아니다.

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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