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개별 조합원과의 개별 약정 내용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조회수 776 등록일 2022-08-23
내용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1. 사실관계 및 원심의 판단

가. 사실관계

경기 안산에 소재한 A 재건축조합의 전신인 추진위원회는 상가 구분소유자들인 일부 개별조합원들(이하 ‘원고들’이라 한다)의 재건축사업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에 추진위원회는 2009.경 원고들에 대하여 신축 상가에 입주할 수 있도록 총회결의를 통해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결국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를 믿고 동의서를 제출하였는데, A 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이 사건 약정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신축 상가에 입주하도록 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은 피고 조합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원,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 조합이 이 사건 합의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원고들이 신축상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들에 대하여 이행지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신뢰를 부여하기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합의는 총회결의를 통하여 피고 조합의 원고들에 대한 의무사항으로 편입된 것이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합의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피고 조합은 재건축사업의 진행 등에 각종 사정변경이 생겨 이 사건 합의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없으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며, 오히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상가 부분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만일 피고 조합이 이 사건 합의의 내용대로 원고들에게 신축 상가를 무상으로 분양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경우 균형있게 분양신청자에게 건축물 등을 배분하여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도시정비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되므로 원고들에 대해 그러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고 조합은 예비적으로 만일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는 이행이익이 아니라 신뢰이익 범위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 원심 판결(1심 및 항소심)의 요지

제1심 및 항소심은 모두 원고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조합이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행지체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의 이행이익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이 신축 상가에 입주가 늦어짐에 따라 발생한 손해 및 영업장 대체지원비를 부담하라고 판결하였고, 이행지체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는 이상 불법행위 청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먼저 재건축조합이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행정계획의 일종으로서 재건축조합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재건축조합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ㆍ이용상황ㆍ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그 재량을 행사해야 하나, 이러한 자율성과 재량은 무제한적으로 인정될 수는 없으므로, 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구체적으로 조합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취지의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내부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객관적 사정과 필요가 존재하는지, 그로써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내부 규범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들이 침해받는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그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조합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ㆍ형량 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한편 구체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건축조합이 일부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 및 전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 사이의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그 개별 약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감안하여 유효ㆍ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범위 내에서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초과하여 개별 조합원과의 약정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만 하는 구체적인 민사상 의무까지 인정될 수는 없고, 약정의 당사자인 개별 조합원 역시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약정 내용대로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고들로서는 피고 조합이 유효ㆍ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적정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합의의 취지를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들의 신뢰를 침해한 데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이 사건 합의 내용이 절대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피고 조합의 채무불이행이 성립되지 아니하고 다만 불법행위로서 신뢰이익에 따른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결론

위 판결은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의 지위 및 재건축조합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의 자율성, 재량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또는 사인과 별도의 약정을 통하여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내용이나 방향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한 바가 있다 하더라도 그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민사상 채무까지는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히 하였으므로, 추후 조합원들 외에도 시공자 등과 체결한 계약과 관련해 유사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위 판례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2-537-3322



출처 : 주거환경신문(http://www.r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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