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미란 칼럼] 분란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비 납부까지 위험할 수는 없다
조회수 772 등록일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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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아파트에서 누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적법한 대표자인가를 둘러싼 분쟁은 그리 낯설지 않다. 입대의의 적법한 대표자가 누구냐의 문제는 누가 적법한 관리주체인지를 둘러싼 분쟁만큼이나 익숙한 풍경이다. 적법하지 않은 주체가 부과하고 징수한 관리비가 적법한 징수인가하는 문제는 적법하지 않은 주체에게 납부한 관리비가 과연 적법한 변제일까의 문제로 귀결된다. 관리비를 납부한 입주민 입장에서는 납부의 효력이 있느냐, 다시 관리비를 납부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로 직결된다.

최근 이와 같은 사례가 실제로 벌어졌다. 수년간 관리비를 체납해 온 입주민 A가 관리비를 납부했는데, 당시 고유번호증에 기재된 입대의 회장 B측에 관리비를 납부했다. 그런데 입대의가 이 입주민을 상대로 체납 관리비와 연체료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기존의 관리비 납부가 적법한 변제가 아니라면서 말이다.

소액사건이었던 이 사건 1심은 별다른 이유 없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의정부지법 2022. 4. 7. 선고 2019나 4060).

민법 제470조에 따르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때에 한해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규정이다. 변제는 워낙 이를 수령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에게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그러나 정당한 수령권자로 보이는 외관을 갖추고 있는 때에는 이를 신뢰하고 변제한 선의의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변제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채권의 준점유자라는 의미는 일반 거래 관념상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지는 사람을 말한다. 준점유자가 스스로 채권자라고 해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대리인이라고 하면서 채권을 행사하는 때에도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 위 아파트는 입대의의 적법한 대표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다수의 분쟁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특히 입주민이 A가 관리비를 납부할 무렵 B측과 C측이 서로 자신이 적법한 대표자라며 입주민들에게도 상대방 쪽 관리사무소에 관리비를 납부하지 말라고 홍보했다. 이런 경우 입주민들은 연체료를 면하기 위해 매월 관리비를 공탁하는 방법도 있지만 관리비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 공탁제도를 이용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C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고유번호증의 대표자를 C로 변경해 달라는 정정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와 C사이에 대표자 자격을 둘러싼 분쟁이 있고, 법원의 확정판결 등을 통해 정당한 대표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아 정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고 C는 A가 관리비를 납부한 이후에서야 고유번호증에 대표자로 기재될 수 있었다. 또한 본건 아파트 입대의의 대표자가 변경되는 동안 진행된 소송절차에서 일부 대표자는 적법한 대표자가 아닌 것으로 판결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경우 부적법한 대표자가 대표권을 행사하는 동안 입주민들이 납부한 관리비 역시 유효한 변제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상당한 불합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표자의 적법성 여부는 입주민들의 관리비 변제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위 아파트 고유번호증에는 고유번호증이 사업자가 아닌 법인 아닌 단체나 개인에게 과세자료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부여한 고유번호 등록 사실에 대한 증명에 불과할 뿐 고유번호증상의 대표자가 정당한 대표자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유의사항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A가 B측에 관리비를 납부할 당시에는 이 같은 유의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결국 입주자 개인의 지위에서 누가 아파트 입대의의 적법한 대표인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A가 고유번호증에 입대의 회장으로 기재된 B측 관리사무소에 관리비를 납부한 것은 채권 준점유자에 대한 선의·무과실의 유효한 변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관리비 채권 전액은 위 변제로 소멸했다고 판시했다.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다. 입대의의 적법한 대표자가 누구인지 법적 다툼이 계속돼 입주민의 입장에서 누가 적법한 대표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외관을 갖춘 대표자 측에 관리비를 납부하더라도 이를 잘못이라고 탓할 수 없다. 법원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할 뿐만 아니라 A에게 관리비 미납에 대한 귀책이 없다는 이유로 연체료 지급 의무도 없다고 봤다. 분란의 입대의, 그 분란의 피해를 입주민이 입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출처[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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