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다른 조합의 조합장을 역임했던 자’의 조합장 자격을 정관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
조회수 947 등록일 2022-04-26
내용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1. 서설

서울 은평구 소재 A 재개발조합은 2019년 정기총회를 개최하면서 ① ‘정비사업 목적의 다른 조합의 조합장을 역임한 사실이 있는 사람’, ②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하는 법인의 대표에 재임하였거나 현재 재임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조합장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규정을 신설하는 정관변경결의를 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조합장 피선임권은 피고 조합원들의 권리이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납득 할 만한 공평하고 보편타당한 기준에 의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정관변경결의는 다른 조합의 조합장을 역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조합원의 조합장 피선임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이다.

 

3.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정관변경결의는 과거 다른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을 역임하였거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하는 법인의 대표에 재임하였던 사람이 조합장으로 선임될 경우 조합의 이익에 반하여 조합사무를 처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초하여 조합원의 조합장 피선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등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4. 항소심의 판단 (상고심 진행 중)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이 사건 변경정관과 같이 정비사업 관련 전·현직자의 조합장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법령에 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까지 보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현저히 타당성이 없다거나 현저히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변경정관은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가 이 사건 변경정관의 내용과 같이 임원 중 조합장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관계법령에서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정관변경의결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특별히 의결절차에 하자가 있다거나 절차적 정의에 현저히 어긋난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 및 입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단체 내부를 규율하는 자치법규인 정관에서 정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해당 조합과 조합원을 위한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조합원들이 정한 정관의 규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가급적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 변경정관은 정비사업의 공정성 및 원활한 사업진행을 목적으로 제안된 것으로, 정비사업 관련 전·현직자는 정비사업에 수반되는 여러 이권사업이나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상당히 높다고 볼 여지가 있고, 실제 이러한 사람들이 조합장을 사실상 업으로 삼는 사례나 실제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들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어 이들의 조합장 피선거권을 제한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인근 I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출신으로서 현 조합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원고의 조합장 출마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변경정관을 의결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변경정관이 조합장의 자격만 제한하였을 뿐 이사, 감사 등 임원의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았으므로, 이 사건 변경정관에 따라 조합장 자격이 제한된 사람들도 이사, 감사 등 임원으로서 조합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

정비사업조합 조합원들은, 정비사업 관련 전·현직자가 조합장이 될 경우 그 경험 및 전문성을 활용하여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권사업이나 비리에 연루될 염려가 있어 오히려 공정성과 원활한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볼 수도 있다. 조합원들로서는 이러한 장단점을 고려하여 내부에서 정한 의사결정절차에 따라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조합원 총회에서 정비사업 관련 전·현직자를 선출하거나 하지 않는 방법뿐 아니라, 이들의 조합장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을 의결하거나 부결시키는 방법으로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비사업 관련 전·현직자의 조합장 자격을 정관으로 제한할지에 관하여 조합마다 그 장단점에 주목하여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로써 결정할 수 있다고 봄이 정관의 자치법규성에 부합한다. 아울러 정관으로 조합장 자격을 제한하였던 조합도 이를 시행해 본 후 조합원들의 의결로써 그 제한을 없애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수도 있는 것으로, 그와 같은 제한을 하였다 하여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변경정관과 같이 조합장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등 현저히 타당성이 없다고 인정할 경우, 모든 정비사업조합이 정관에 이러한 제한을 두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장 자격 제한의 합리적 이유가 있고, 이들에 대하여 다른 임원들의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는 점, 조합원 중 이 사건 변경정관에 따라 조합장 자격을 제한당하는 경우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점, 조합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므로 정비사업 관련 전·현직자의 조합장 자격 제한이 모든 조합에서 시행되는 것도 아닌 점, 정관상 조합장 자격을 제한하더라도 조합원의결로 추후 이를 자유로이 변경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주장은 오히려 조합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5. 결어

앞서 본 바와 같이 항소심은 원심 판단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주택재개발정비조합은 법령에 반하지 않는 한 자체적인 판단으로 규약 등에 조합장 등 임원의 자격을 정할 수 있으나(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5다70679 판결 참조), 단체 내부의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등 사회 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거나 그 결정 절차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무효로 볼 수 있다.

위 정관 중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하는 법인의 대표로 재임하고 있는’ 조합원의 피선임권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다만 과거 다른 조합의 조합장을 역임한 사실만을 이유로 현 조합의 조합장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방식의 제한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필요최소한의 제한을 넘어선 것으로 생각된다.

문의) 02-537-3322

출처 : 주거환경신문(http://www.r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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